인동이 제일 잘나가던 게 2009년쯤이었다고 한다. 공장이 하나둘 빠지고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그 시절 얘기는 이제 안주거리가 됐다. 이번 모임에서 오간 대화도 결국 거기서 출발했다. 가게 자리에 기대는 장사는 끝이 보인다. 그럼 그 다음은 뭘로 먹고살 거냐.

답이 거창하진 않았다. 몸으로 버는 구조에서 벗어나자는 것. 낙곱새 볶고 곱창 굽던 노하우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그 노하우를 온라인에서 팔리는 형태로 옮기자는 얘기다. 사람 상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손님 수의 한계. 이걸 기술로 풀 수 있으면 풀어보자는 분위기였다.

마진이 아니라 통제권 문제

디송님 사례도 흥미롭다. 게임쪽 일을 하다가 건강즙 직접 제조와 통신판매 쪽으로 방향을 튼 케이스다. 유통에 기대면 원가가 오르든 수수료가 붙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비용이 계속 생긴다. 직접 만들면 다르다. 가격도 내가 정하고 마진도 내가 챙긴다.

재밌는 건 파는 방식이었다. 그냥 즙을 파는 게 아니라 만드는 과정을 판다. 스팀 청소하는 장면, 마스크 쓰고 작업하는 모습을 그대로 찍어서 올리고, 나중엔 라이브로 제조 현장을 통째로 보여주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건강식품은 결국 신뢰 장사니까. 여기에 AI가 붙으면 상세페이지 만들고 채널 여러 개 돌리는 비용이 거의 공짜에 수렴한다. 결국은 돈이다, 라는 말이 그날 몇 번이나 나왔는지 모르겠다.

3일 만에 10만 원

기술 쪽에선 놀라운 얘기가 들린다. Gemini CLI에 Firebase 자동 배포까지 물려서 개발 속도를 확 끌어올렸는데, API 요금이 3일 만에 10만 원이 나왔다고 한다.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다들 뜨끔했을 거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하이브리드다. 구조 설계는 파이썬으로 직접 잡고, AI한테는 코드 검수를 맡기는 식으로 역할을 나눈다. 로컬의 경제성과 클라우드의 성능을 섞어 쓰는 거다. 로컬 LLM 얘기도 나왔는데, Qwen 9B 정도는 프라이버시 면에선 좋아도 비즈니스에 쓰기엔 아직 무리다. 멀쩡히 한국어로 묻는데 중국어가 튀어나온다. 파인튜닝이니 VRAM이니 하는 얘기가 이어졌지만, 지금 단계에선 장난감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눈치였다.

딸깍 한 번으로 되는 건 없다. 이게 그날의 결론에 가장 가까운 문장 아닐까 싶다.

AI가 평준화시키지 못하는 것

사진관 하시는 참여자의 이야기도 오래 남았다. 보정 기술은 AI가 다 평준화시킨다. 인정. 근데 손님이 진짜 원하는 건 보정일까?. 10년 뒤 내 모습을 보고 싶다든가, 어떤 장면에서 울컥하고 싶다든가. 그런 기획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AI로 뽑아낸 결과물을 그대로 내놓으면 티가 난다. 가독성 없는 상세페이지는 안 팔린다. 뭘 고르고 어디에 놓을지 정하는 최종 결정권까지 넘겨버리면 그때부터 브랜드가 아니라 그냥 출력물이 된다.

그 외에 오간 것들

비담님이 소개한 Remotion도 메모해둘 만하다. 리액트 기반으로 영상을 코드로 찍어내는 도구인데, TTS 나레이션에 카드뉴스 붙이면 콘텐츠 생산 단가가 확 떨어진다. 마케팅 노출 빈도를 돈 안 들이고 올리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

세금 얘기도 나왔다. 간이과세자는 B2B에서 세금계산서를 못 끊는다. 알프님이랑 크림빵오리님 대화에서 나온 건데, 매출 1억 4백을 넘겨 일반과세로 넘어가는 게 확장의 관문이라는 것. 기술 모임에서 부가세 얘기가 이렇게 진지하게 오가는 것도 이 동네답다.

마치며

구미라서 안 된다는 말은 이제 별로 안 나온다. 오히려 물리적 상권이 무너진 게 온라인으로 옮겨갈 명분이 됐다. 클라우드는 성능 좋은 데만 쓰고, 로컬은 싼 맛에 쓰고, 사람은 결정만 한다. 이 조합이 지방 자영업자의 다음 표준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적어도 이 동네에서는 이미 실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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