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하루 종일 켜둘 수는 없다. 잠깐 절전 모드에 들어가거나, 업데이트로 재부팅되는 순간 예약해둔 작업은 그대로 멈춰버린다. 그런데 내가 진짜 원했던 건 결국 하나였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알아서 정보를 모으고 정리해주는 비서.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이 일을 내 컴퓨터가 아니라, 인터넷 저편에서 24시간 항상 켜져 있는 컴퓨터 한 대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 위에 AI 비서(Hermes Agent라는 도구)를 올려두고, 정해진 시간마다 알아서 일하게 만들었다.
이 글은 그 구조를 코드 없이, 큰 그림 위주로 풀어보려 한다. 특히 재미있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이 비서는 모든 일에 AI를 쓰지 않는다. 어떤 일은 AI에게 "알아서 판단해서 해줘"라고 맡기고, 어떤 일은 "이것만 딱 해와"라고 정해진 심부름만 시킨다. 이 두 방식을 나눠 쓰는 게 핵심이다.

먼저, 전체 그림 한 장

말로 설명하기 전에 관계도부터 보는 게 빠르다. 누가 누구에게 지시하고, 결과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한눈에 담았다.

이 그림 한 장이 오늘 이야기의 전부다. 아래부터는 각 조각을 하나씩 풀어서 설명한다.

AI 비서를 "인터넷 저편 사무실"에 두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항상 켜져 있는 컴퓨터 한 대다. 흔히 "서버" 또는 "클라우드"라고 부르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인터넷 어딘가에 월세로 빌리는 작은 사무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 노트북과 달리 절대 꺼지지 않고, 내가 잠들어 있어도 그 안의 비서는 계속 근무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비용이다. 이 비서가 하는 일은 무거운 계산이 아니라 웹을 뒤지고, 글을 정리하고, 결과를 메신저로 보내주는 정도라서 아주 작은 사무실 하나면 충분하다. 실제로 나는 해외의 가성비 좋은 클라우드 서비스(Hetzner)를 골랐고, 한 달에 커피 몇 잔 값으로 24시간 켜진 컴퓨터를 확보했다.

"AI 비서를 서버에 올린다"고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 진입 문턱은 이 정도로 낮다. 그게 이 실험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디스코드를 리모컨처럼 쓰다

비서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으면, 나는 그 비서와 어떻게 소통할까? 여기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 나온다. 별도의 관리 화면을 만들지 않고, 평소에 늘 켜두는 메신저(디스코드) 채널 하나를 비서의 리모컨 겸 알림창으로 쓴다.
명령도 이 채널에서 내리고, 비서가 일을 끝내면 결과 보고도 이 채널로 온다. 덕분에 복잡한 접속 과정 없이 휴대폰으로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써보면 이 "손 안에서 확인된다"는 감각이 생각보다 크다.
image.png

핵심: 일을 시키는 두 가지 방식

이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이 비서에게는 정해진 시간표가 있다. 마치 "월요일 밤엔 이 일, 일요일 밤엔 저 일" 하고 알람을 걸어두는 것과 같다. 그런데 걸어둔 두 개의 일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하나는 비서의 판단이 필요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판단이 전혀 필요 없는 일이다.

전략 ① — AI가 스스로 판단해서 정리하기 (월요일 밤)

첫 번째는 매주 월요일 밤에 도는 글로벌 AI 뉴스 브리핑이다.
이 일에는 비서의 머리가 필요하다. "지난 일주일간 중요했던 미국·중국 AI 소식을 골라 정리해줘" 같은 지시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복인지 판단이 있어야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작업은 AI에게 맡긴다. 비서가 직접 인터넷을 뒤져 지난 7일치 소식을 모으고, 날짜를 붙이고, 읽기 좋게 정리한다.
정리한 결과는 두 곳으로 간다. 하나는 나중에 다시 찾아볼 나만의 자료실 폴더에 파일로 차곡차곡 저장하고, 다른 하나는 요약본을 디스코드로 브리핑해준다. 월요일 밤에 자고 일어나면 지난 주 AI 판이 어떻게 돌아갔는지가 카드처럼 정리돼 와 있는 셈이다.
이 방식의 값어치는 자율성에 있다. 규칙으로 딱 정하기 애매한 "고르고 요약하는" 일을 통째로 맡길 수 있다. 대신 AI에게 일을 시키는 만큼 약간의 비용이 든다.

전략 ② — 정해진 심부름만 시키기 (일요일 밤)

두 번째는 정반대다. 매주 일요일 밤에 도는 이 작업은 AI를 한 번도 쓰지 않는다.
내가 시키는 일은 아주 명확하다. "네이버 블로그와 다음 뉴스에서 '대구 AI 강사 모집', '구미 AI 강사' 같은 키워드로 구인 공고를 훑어서, 최신순으로 정리해 디스코드로 보내줘." 검색어도 정해져 있고, 훑어야 할 사이트도 정해져 있다. 이런 일은 판단이 필요 없는 반복 심부름이다.
이런 작업에까지 AI를 쓰는 건 낭비다. 그래서 이때는 비서의 머리를 건너뛰고, 미리 만들어둔 자동 프로그램만 정확히 실행하게 한다. 마치 "생각하지 말고 이 목록대로만 해와"라고 시키는 것이다.
이게 왜 영리한 설계일까? 세 가지로 정리된다. AI를 안 쓰니 비용이 안 들고, 판단 과정을 건너뛰니 훨씬 빠르며, 정해진 방식대로만 훑으니 결과가 매번 똑같이 정확하다. AI에게 "이 페이지에서 공고 뽑아줘"라고 하면 가끔 형식이 흐트러지지만, 정해진 심부름은 늘 같은 결과를 낸다.
정리하면 이렇다. 판단이 필요한 일에는 AI를, 반복이면 충분한 일에는 단순 심부름을. 모든 걸 AI에게 밀어넣지 않는 것 — 이게 이 시스템을 싸고 튼튼하게 오래 굴러가게 만드는 비결이다. 사람 비서에게도 "알아서 판단해줘"할 일과 "이것만 딱 해와"할 일을 구분하는 것과 똑같다.

자동으로 쌓이는 나만의 자료실

전략 ①에서 정리된 뉴스 파일들은 한 폴더에 계속 쌓인다. 이 폴더를 메모 앱(옵시디언)으로 열어두면, 매주 새 노트가 저절로 추가되는 자료실이 된다.
처음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몇 달이 지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별로 정리된 소식이 날짜와 함께 쌓이니, 나중에 "작년 이맘때 그 흐름이 어땠지?"를 검색 한 번으로 되짚을 수 있다. 내가 직접 스크랩하고 정리하는 수고 없이, 시간이 흐를수록 값이 붙는 나만의 자료 창고가 저절로 자라는 것이다.
자동화의 진짜 보상은 당장의 편함이 아니라 이 복리 효과에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5분을 아끼는 게 아니라, 1년 뒤 참고할 자료가 손 하나 안 대고 쌓여 있는 것.

마무리

정리하면, 크지 않은 비용으로 인터넷 저편에 24시간 근무하는 AI 비서를 두고, 정보 찾는 데 쓰던 시간을 크게 줄였다. 매주 월요일엔 AI가 골라준 글로벌 뉴스가, 일요일엔 정해진 심부름으로 모은 지역 강사 공고가 알아서 디스코드에 도착한다. 그 사이 내 노트북은 꺼져 있어도 된다.

반복적으로 뉴스를 챙겨 보거나, 특정 키워드를 주기적으로 살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이런 "항상 켜진 비서" 한 명을 두는 걸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때 꼭 기억할 것 하나. 모든 걸 AI에게 맡기지 말 것. 판단이 필요한 일과 반복이면 충분한 일을 나누는 순간, 시스템은 훨씬 가볍고 튼튼해진다.